이야기를 쓰는 사람

찻잔 너머

어르신 댁 식탁에 마주 앉은 상담가
“차 한 잔 드세요.”

상담하러 찾아가면 대개 이 말로 시작됩니다. 식탁 위에 서류를 펼치기도 전에, 먼저 찻잔을 내오십니다.

저는 남가주에서 오랫동안 은퇴하신 분들의 집과 노후를 함께 계산해 온 사람입니다.

숫자를 물으러 마주 앉았지만, 찻잔이 식어 갈 무렵이면 늘 다른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이민 와서 처음 장만한 집, 먼저 떠난 배우자의 이름, 연락이 뜸한 자식들, 그리고 아직 내려놓지 않은 내일.

끝내 서명하지 않고 문 앞까지 배웅해 주신 분도 있었고, 자식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던 분도 있었습니다.

계산은 끝났는데,
사람은 오래 남았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이름을 바꾸어 이곳에 옮겨 적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앉게 될 자리의 이야기이기에.

100년을 사는 시대,
누구의 인생도 작지 않습니다.
— 찻잔 너머

이곳의 이야기는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등장인물의 이름·나이·지역과 일부 사건은 모두 바꾸어 재구성했습니다. 특정 인물과는 관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