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라이프,
진실한 인생 이야기는 지금부터

함께 느끼고 소통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짧은 이야기와 에세이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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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커

    신 여사님 댁은 이층집이다. “노후 자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까 매사가 불안해요.” 남편분은 지병이 있으신 데다 기운이 많이 떨어지셨다. 그래서 집 안에서 워커에 의지해 겨우 다니신다. 계단은 못 올라가신다. 두 분 다 80대 초반이시다. “이사를 생각해 보셨어요?” “해봤죠. 그런데 엄두가 안 나요.” “어떤 게 제일 걸리세요?” “저이가 안 간대요.” 남편분이…

  • 2백만불이 25만불로

    K 씨는 원래 언덕 위 2백만 불짜리 집에 사셨다. 이십 년 동안 큰 스토어를 하셨고 그 집은 그 시절의 결실이었다. 전망이 좋았고 옆집과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 집에 살 때는요.” 그분이 말씀하셨다. “섬에 갇힌 것 같았어요.” 가게가 어려워져서 결국 문을 닫으셨다. 집도 내놓으셨다. 쫓기듯이 정리하고 3년 전 그러니까 2016년 즈음에, 리버사이드의 55 플러스 시니어 단지로…

  • 무인도

    이분은 계산을 아주 잘하시는 분이었다. 한인타운 집을 팔고 외곽 실버타운으로 옮기면 얼마가 남는지 다 계산을 하셨다. 재산세가 얼마나 줄고 관리비가 얼마인지까지 다 적어 오셨다. “계산이 완벽하시네요.” “그렇죠? 그래서 가려고요.” 일 년쯤 지나서 전화가 왔다. “저 다시 나오려고요.” 내가 되물었다. “…벌써요?” “네.” “뭐가 제일 불편하세요?” 잠깐 말이 없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국 사람이 없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나하나가…

  • 청소기

    얼마 전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한국인 장모님이 청소기로 미국인 사위 옷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위가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요. 한국인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더러웠을 거예요.”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웃었다. 자식 사랑만큼은 우리가 최고인 것 같다. 그 무렵에 윤 선생님이 상담을 오셨다. 리버사이드에 사시는데…

  • 이십만 불 싸게 샀지

    같은 주에 팔십 대 두 분을 상담했다. 한 분은 대 초반 L 선생님이었다. 25년째 가게를 하고 계셨다. 가게 렌트비만 한 달에 7천불이었다. “수입은 어떠세요?” “몇 년째 거의 없어요. 그래도 문은 열었지.” 그러다 코로나가 왔다. 렌트비를 못 내는 상황이 됐다. “4~5 년 전에 권리금을 조금 받고 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분이 말씀하셨다. “그걸 놓친 게 제일 아쉬워요.”…

  • 남편이 남긴 냉장고 메모

    박 선생님은 아내분과 아홉 살 차이가 나신다. 한인 평균수명을 보면 남자가 78세, 여자가 85세 이다. 거기에 부부의 평균적인 나이 차를 더하면 박 선생님의 경우, 아내분은 남편 없이 15 년 정도를 혼자 사시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선생님은 그 계산을 이미 해보신 분이었다. 중가주에서 자영업을 20 년 가량 하셨다. 내년에 은퇴하신다고 했다. “정리를 좀 하려고 합니다.”…

  • 헛 살았다는 생각

    남편을 보내고 두 달이 지나서야 강 여사님은 우편물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장례를 치르고 한동안은 머릿속이 하얬다. 친척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집이 조용해지자 식탁 위에 우편물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재산세 고지서, 보험 갱신 안내 편지, 아래층 세입자가 넣어놓은 쪽지, 이름 모를 회사에서 온 청구서들. 한 시간쯤 앉아 있다가 강 여사는 다시 봉투들을 모아 놨다.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 남은 건 집 한 채

    평생 사업을 하신 분에게 남은 건 집 한 채였다. 김 선생님이 사무실에 오신 건 일흔이 가까워서였다. 이십 년 넘게 사업체를 하신 분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 사업으로 풍족하게 사셨다. “제일 좋을 때는 어느 정도셨어요?”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지요.” 그러다 크게 손해를 보셨다. 버티다가 결국 정리하셨다. 정리하고 보니 남은 게 집 한 채였다. “저축은…

  • 친구들이 그러는데 …2편

    한 달 만에 전화가 왔다. “저기, 그거 안 하려고요.” “…네?” “리버스 말이요. 안 하기로 했어요.” 무슨 일이 있으셨냐고 물었다. 대답이 조금 늦게 왔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그거 하면 집을 뺏긴대요.” 나는 아는 대로 다 말씀드렸다. “집은 안 뺏깁니다. 타이틀에 계속 선생님 이름으로 있고요. 팔고 싶으실 때 언제든 파실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상품입니다.” “……” “돌아가신 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