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신 여사님 댁은 이층집이다.

“노후 자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까 매사가 불안해요.”

남편분은 지병이 있으신 데다 기운이 많이 떨어지셨다. 그래서 집 안에서 워커에 의지해 겨우 다니신다. 계단은 못 올라가신다.

두 분 다 80대 초반이시다.

“이사를 생각해 보셨어요?”

“해봤죠. 그런데 엄두가 안 나요.”

“어떤 게 제일 걸리세요?”

“저이가 안 간대요.”

남편분이 극구 반대하신다고 했다. 이 나이에 짐은 어떻게 싸고 새 동네로 가서 뭘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갔다. 여든이 넘으면 이사 자체가 몸에 무리가 된다. 집이 좀 크더라도 살던 데서 사시는 게 나은 경우가 실제로 많다.

“그럼 여기서 사시는 걸로 정하고, 그 다음을 계산해보시죠.”

그러고 나서 여쭤봤다.

“제일 무서운 게 뭐예요?”

한참 있다가 대답하셨다.

“저까지 쓰러지면요.”

그게 진짜 걱정이었다.

지금은 사모님이 건강하시니까 돌보실 수 있다. 그런데 두 분 다 거동이 어려워지면 누군가에 의존해야 한다. 그 돈이 얼마일지 몰라서 무서우신 것이었다.

두 분 연금으로 생활비는 되신다. 따로 20만 불이 있으시다고 했다.

“이 20만 불을 10 년에 걸쳐 다 쓴다고 하면, 한 달에 2000 불입니다.”

“…그것밖에 안 돼요?”

“네. 목돈은 월로 나눠보면 늘 생각보다 많이 적습니다.”

그 다음엔 홈케어 비용을 계산했다. 하루 몇 시간, 시간당 얼마, 그걸 한 달로 환산했다.

숫자가 다 나오자 사모님이 한참 들여다보셨다.

“이거 보니까요.”

“네.”

“무섭지가 않네요.”

그 말씀이 그날의 결론이었다.

액수가 넉넉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빠듯했다. 그런데 막연히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공포가 그냥 해야 할 일의 리스트로 바뀐 다는 것이다.

한 가지를 더 권해드렸다. 혼자 다 하지 마시고 일주일에 며칠은 사람을 쓰시라고.

돌보는 사람이 먼저 쓰러지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이렇게 되면 돈 좀 아끼려 다가 두 사람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아끼시는 마음은 알지만, 그 돈은 아끼는 게 아니라 미루는 것이다.

노후의 불안은 대개 금액 때문이 아니라 계산을 안 해봐서 생긴다. 막연한 공포감이 더 무섭다. 하지만 한 번 차분하게 앉아서 계산을 해보면 해결책이 나온다. 막연하던 것이 실천할 것으로 바뀐다.

계산을 미루지 말고 솔직하게 마주하라고. 요즘 그렇게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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