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그러는데… 1편

LA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려야 하는 동네였다.
내비게이션이 두 번쯤 헤맸고, 마지막 10 분은 포장이 안 된 길이었다. 이런 외딴 지역은 은행에서 융자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집을 사실 때 박 선생님은 전 주인한테서 직접 10만 불을 오너캐리 형식으로 빌렸다고 했다. 이자가 9.9퍼센트였다.
문을 열어주신 분은 예순아홉이었다. 악수를 하는데 좀 미안하지만 손이 나무껍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당부터 좀 보실라우?”
뒷마당에 상추와 고추가 줄 맞춰 심겨 있었다. 깻잎도 있었다. 혼자 다 하신 거냐고 물으니 웃으셨다.

“이거라도 해야 한 달에 몇백 불이 나와요.”
집 안에 들어가 서류를 펼쳤다. 계산은 금방 나왔다.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이 어떻게 되세요?”
“소셜 조금이랑, 동네 건축일 도와주고 받는 거 조금. 많을 때는 3000불, 적을 때는 2000불이 되려나.”
“나가는 건요?”
“그 10만불 주인한테 빌린 거 이자로 850불.”
“……”
“일 년에 만 불이지요.” 그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자만 그래요. 원금은 그대로 있고.”
들어오는 돈의 30~40%였다. 자세히 보니 몸이 성치 않아 보였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한 손으로 무릎을 짚었고, 말하는 중간에 기침을 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작년에 한번 크게 앓고는 영 안 돌아와요. 그래도 일을 놔버릴 수가 있나.”
리버스 모기지 얘기를 꺼냈다. 융자 10만 불을 리버스로 갚아버리면 매달 내던 850불이 사라진다. 그러고도 라인을 셋업하면 얼마간 현금이 더 남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이 나를 빤히 봤다.
“850 불이 없어진다고요?”
“네.”
“매달?”
“네. 리버스는 매달 갚는 돈이 없습니다.”
“그러면……” 잠깐 계산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일을 좀 줄여도 되겠네.”
“줄이셔도 됩니다.”
“리버스로 페이먼트를 없앤다는 희망이 생겨.”
그분이 소리 내서 웃으셨다. 처음으로 크게 웃으셨다.
“아이고, 몸도 안 좋은데 이제 마음 놓고 살겠네.”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았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숫자 몇 개로 한 사람의 하루가 바뀌는 날이 가끔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다음 주에 서류를 시작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 뒤로 한 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