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그러는데 …2편

한 달 만에 전화가 왔다.
“저기, 그거 안 하려고요.”
“…네?”
“리버스 말이요. 안 하기로 했어요.”
무슨 일이 있으셨냐고 물었다. 대답이 조금 늦게 왔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그거 하면 집을 뺏긴대요.”
나는 아는 대로 다 말씀드렸다.
“집은 안 뺏깁니다. 타이틀에 계속 선생님 이름으로 있고요. 팔고 싶으실 때 언제든 파실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상품입니다.”
“……”
“돌아가신 뒤에도 남은 돈은 자녀분께 갑니다. 그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가 한참 조용했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그러니까……”
“어느 분들이 그러시던가요?”
“교회 사람들이랑, 동네 사람들이랑.”
“그분들이 리버스를 받아보셨대요?”
“그건 아니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씀하셨다. “그래도 다들 그러니까 뭐.”
더 붙잡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 한참 앉아 있었다. 이런 일은 종종 있다.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마당에서 상추 얘기를 하며 웃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뒤로 그분은 850불을 계속 내셨다. 그러려면 일을 계속하셔야 했다. 몸이 안 좋은데도 얼마 안되는 그 돈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년쯤 지난 어느 날, 카톡에 모르는 이름의 장례 안내가 떴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이름을 다시 봤다. 기억이 한 번에 돌아왔다.
결국 그분은 집을 뺏기지 않으셨다.
친구들 말대로 집은 끝까지 그분 것이었다. 다만 그 집에서 지낼 시간이 이제 남지 않았을 뿐이다. 집을 지키느라 몸을 쓴 것인지, 몸을 쓰다가 집만 남은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한 번 더 찾아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오래 했다. 설명 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 여럿이 하는 말은 잘 아는 사람 한 명의 말보다 힘이 세다. 나는 그걸 그때 알았다.
지금도 그 집 마당이 가끔 생각난다. 줄 맞춰 심어놓은 상추와 고추는 무심하게 잘 자라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