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얼마 전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한국인 장모님이 청소기로 미국인 사위 옷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위가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요. 한국인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더러웠을 거예요.”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웃었다. 자식 사랑만큼은 우리가 최고인 것 같다.

그 무렵에 윤 선생님이 상담을 오셨다.
리버사이드에 사시는데 지금 사시는 집은 빚이 한 푼도 없다. 그것 말고도 부동산이 두 개 더 있으시다.
“재산이 넉넉하시네요.”
“넉넉하긴요.” 웃으셨다. “현금이 없어요.”
“어디에 쓰시려고요?”
“아들 집을 하나 사주려고요. 다운페이먼트가 모자라서요.”

이 얘기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솔직히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 표정을 보고 그 말은 삼켰다. 아들 얘기를 하실 때 얼굴이 환해지셨다. 우리 부모님들이 다 그러셨다.
방법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부동산이 세 개나 있는데도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웠다.
“빚 없는 집이 있는데 왜 안 됩니까?”
“은행은 부동산 시세를 그렇게 믿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갚을 소득이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재산이 있다고 그게 자동으로 현금이 되는 게 아니다. 이걸 대부분 의아해하신다.

여러 방법을 놓고 설명을 드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보통은 여기서 한참 고민하신다. 그런데 윤 선생님은 다 듣고 나서 바로 말씀하셨다.
“그럼 합시다.”
“바로요?”
“뭘 더 생각합니까. 알고 나니까 됐어요.”

나는 이런 결정에 옳다 그르다를 잘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렸다. 아들 집을 사주시는 건 좋은데, 그것 때문에 본인 매달 생활이 빠듯해지면 안 된다고. 그러면 몇 년 뒤에 아들이 그 돈을 다시 걱정하게 된다고.
윤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건 나도 알아요. 그래서 내 살 건 남겨놨어요.”
다행이었다. 자식한테 다 주고 빈손이 되신 분들을 나는 너무 많이 봤다.

주는 걸 말리고 싶지는 않다. 주고 싶은 마음은 말려서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순서는 정해두시면 좋겠다. 내 몫을 먼저 떼어놓고, 남는 것으로 주시는 것.
그렇게 하셔야 십 년 뒤에도 주는 쪽으로 남으실 수 있다. 받는 쪽이 되는 순간부터 관계가 달라진다.
그게 자식을 제일 편하게 해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