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이분은 계산을 아주 잘하시는 분이었다.
한인타운 집을 팔고 외곽 실버타운으로 옮기면 얼마가 남는지 다 계산을 하셨다. 재산세가 얼마나 줄고 관리비가 얼마인지까지 다 적어 오셨다.
“계산이 완벽하시네요.”
“그렇죠? 그래서 가려고요.”

일 년쯤 지나서 전화가 왔다.
“저 다시 나오려고요.”
내가 되물었다.
“…벌써요?”
“네.”
“뭐가 제일 불편하세요?”
잠깐 말이 없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국 사람이 없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나하나가 다 그랬다.
아시안 마켓이 차로 30분이었다. 두부 한 모 사러 30분을 나가야 했다.
“순댓국 한 그릇 먹으려면 한 시간 반이에요. 왕복으로요.”
교회도 멀었다. 다니시던 노래 교실 같은 취미 생활은 당연히 못 가셨다.
“조용한 건 좋으시다면서요?”
“좋았죠, 한 달은.” 웃으셨다. “그 다음부터는 너무 조용해요. 마치 무인도 섬에 갇혀 사는 것 같아요.”

지금 이분은 한인타운 근처 작은 콘도에 사신다.
외곽 집보다 훨씬 좁다. 값도 더 비쌌다. 숫자만 놓고 보면 손해를 보신 셈이다.
그런데 통화할 때 목소리가 확실히 밝아지셨다.
“여기는 마켓이 걸어서 5분이에요.”
“좋으시겠네요.”
“어제도 갔다 왔어요. 살 것도 없는데.”

시니어 부동산 전문가 과정에서 시니어분들의 주거지를 결정할 때 3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음식, 의료, 그리고 이동할 수 있느냐.
집 값이나 관리비는 잘 계산하는데 깜박하면 이 세 가지를 빼놓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운전이나 이동수단이 그렇다. 지금은 운전을 하시니까 20분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몇 년 뒤에도 계속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분은 1년 만에 손해를 감수하고 무인도에서 나오셨다. 나는 그게 용감하고 잘하신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닌 걸 알고도 아까워서 버티는 것보다, 1년 만에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 돌아설 수 있다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다.
살 것도 없는데 마켓에 다녀오는 일. 그게 노후에 생각보다 큰 재산이다.